[오마이뉴스 윤영섭 기자]1993년에 개봉한 영화 <쿨러닝(Cool Runnings)>은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자메이카 출신의 한 육상 선수가 동료들을 모아 봅슬레이 종목으로 동계 올림픽에 출전, 결국 올림픽
의 꿈을 이룬다는 내용의 영화다. 

겨울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자메이카 선수들은 가까스로 예선을 통과했으나 정작 힘들게 진출한 본선 무
대에서는 돈이 없어 구입했던 낡은 고물 썰매가 그만 고장을 일으킨다. 결국 썰매를 어깨에 매고 걸어
서 결승선을 통과,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에게 감동의 박수를 받는
다. 


이 영화는 얼음이 없어 지상에서 훈련을 하는 등 오직 더운 여름에서만 생활해 왔던 자메이카 선수들
의 험난한 동계 올림픽 출전기를 코믹하고도 훈훈하게 그리며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금부
터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영화 <쿨러닝>과 비슷한 내용이 재현되며 전 세계의 많은 사
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호주, 유럽 선수들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 몸에 달라 붙는 고급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출전할 
때, 당시 100m 자유형 대회에서 한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가 해수욕장에서나 볼 수 있는 헐렁한 반바
지 수영복을 입고 나와 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아프리카의 대서양에 위치하고 있는 기니 대표로 출전한 에릭 무삼바니가 바로 그 주인공. 수영 경력
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무삼바니는 수영 불모지 국가들의 대회 출전을 격려하기 위한 IOC(국제올림
픽위원회)의 특별한 배려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들이 각자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갈 때, 기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무삼바니는 고개를 한번도 물 속에 넣지 않는 이른바 '개헤
엄'을 하며 아주 느리게 나아간 것이다. 


혹시 익사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구조요원들이 주의 깊게 지켜 보는 가운데 무삼바니의 이러한 우
스꽝스러운 수영에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은 모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완주가 힘들었던지 무삼바니는 
촌각을 다투는 경기 중간에 오히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를 지켜 보던 관중들은 결국 다른 선수들보다 2배 가까이 늦은 1분 52초 72의 기록으로 결승점에 도
착, 완주에 성공한 무삼바니에게 웃음과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내 줬다. 이언 소프를 비롯해 당시 함께 
출전했던 다른 국가의 선수들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무삼바니가 올림픽 정신을 훌륭하게 보여 줬다면
서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무삼바니는 "다른 선수들은 메달을 따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살을 갈랐
지만 나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물살을 갈랐다"는 말을 남기며 또 한번 관중들과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
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후 무삼바니의 특이한 활약은 그를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로부
터 고급 전신 수영복과 물안경을 선물받음은 물론이고 조국의 대통령과의 만찬에도 초대되는 등 유명
세를 탔다. 


또한 고급 수영복을 선물 받고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한 무삼바니는 2001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
계 선수권 대회에도 참가, 50m 대회에서 30초대의 기록을 세우며 일취월장한 기량을 발휘, 관중들에
게 또 한번 큰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무삼바니는 가장 아름다운 꼴찌라는 이름과 함께 시드니 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라는 평가
도 받았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던 무삼바니는 메달 획득보다 더욱 중요한 올
림픽 참가와 완주의 가치를 알려 준 것이다. 


4년 전 힘겹게 완주에 성공하며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기록을 절반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던 무
삼바니는 아쉽게도 서류와 여권 문제로 인해 이번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
림픽에서 과연 어느 종목의 어느 선수가 또 제2의 무삼바니가 될 것인가를 기대해 본다. 

/윤영섭 기자